굴피집 지붕은 비와 습기를 어떻게 견딜까

 

굴피집의 지붕을 멀리서 보면 거친 나무판을 여러 겹 올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붕을 덮은 재료는 얇게 켠 판자가 아니라 굴참나무의 두꺼운 껍질이다. 볏짚이나 기와를 구하기 어려웠던 산간지역 사람들은 주변 산에서 얻은 나무껍질을 겹쳐 비를 막았다. 특히 굴피는 날씨가 건조할 때와 습할 때 상태가 달라진다. 이 변화와 시공 방법을 함께 살펴보면 굴피지붕이 비와 습기에 대응한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굴참나무 껍질을 여러 겹 깔고 긴 나무와 돌로 눌러 놓은 전통 굴피집 지붕


굴피집의 굴피는 어떤 재료일까

굴피집의 ‘굴피’는 굴피나무의 껍질이라는 뜻이 아니다. 지붕에는 주로 굴참나무에서 벗겨낸 두꺼운 껍질을 사용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지붕재로 쓸 굴피를 얻으려면 적어도 20년 이상 자란 나무가 필요했다. 삼척 대이리 굴피집에 관한 자료에서는 굴피의 두께를 약 3cm로 설명한다.

굴참나무 껍질의 겉면은 깊게 갈라지고 울퉁불퉁하다. 반듯한 목재판처럼 정밀하게 맞추기는 어렵지만, 넓고 두꺼운 조각을 겹치면 빗물이 통과해야 하는 길을 길게 만들 수 있다. 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크게 가공하지 않고 지붕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굴피집은 산간지역의 재료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굴피를 아래에서 위로 겹친 이유

굴피는 지붕 아랫부분인 처마 쪽에서 시작해 용마루 방향으로 올라가며 깔았다. 각 굴피의 윗부분을 다음 조각이 덮도록 비늘처럼 겹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위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굴피의 아래쪽 면을 거슬러 들어가기보다 겉면을 따라 처마로 내려갈 수 있다.

한 겹만 깔면 재료의 갈라진 부분이나 조각 사이의 틈으로 물이 스며들 수 있다. 굴피집에서는 보통 굴피를 두 겹으로 포개어 첫 번째 층의 이음새가 곧바로 실내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했다. 방수의 핵심은 나무껍질 자체가 물을 완전히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데만 있지 않다. 지붕의 경사,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는 겹침, 여러 층으로 어긋난 이음새가 함께 빗물을 밖으로 유도했다.

비가 오면 굴피의 틈이 줄어들었다

굴피는 주변 공기의 습도와 수분에 반응하는 자연재료다. 날씨가 건조해지면 수분을 잃어 수축하고, 비가 내리거나 습도가 높아지면 수분을 머금어 늘어난다. 건조할 때는 굴피 사이가 벌어져 틈이 보일 수 있지만, 비가 오면 껍질이 팽창하면서 그 틈이 좁아진다. 이 변화가 빗물이 지붕 아래로 들어오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다만 굴피가 스스로 움직인다는 이유만으로 지붕 전체가 완벽하게 방수되는 것은 아니다. 껍질이 갈라졌거나 겹친 부분이 부족하고 경사가 적절하지 않으면 누수가 생길 수 있다. 굴피의 팽창은 겹침 시공을 보완하는 성질로 보아야 한다. 재료의 변화와 사람이 만든 배치가 함께 작동한 것이다.

긴 나무와 돌은 굴피가 날리는 것을 막았다

두꺼운 나무껍질이라도 넓게 펼쳐 놓으면 바람이 틈으로 파고들어 지붕재를 들어 올릴 수 있다. 굴피집에서는 지붕 위에 ‘너시래’라고 부르는 긴 나무를 걸치고 지붕 끝에 묶거나, 그 위에 돌을 올려 굴피를 눌렀다. 못을 촘촘히 박는 대신 주변에서 구한 나무와 돌의 무게를 이용한 고정 방식이다.

눌림목과 돌은 굴피가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막는 동시에, 껍질이 지붕 바탕에 밀착되도록 돕는다. 굴피가 젖고 마르며 형태가 달라져도 위에서 계속 눌러 주면 조각이 크게 들뜨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지붕 위에 놓인 나무막대와 돌은 임시로 올려둔 물건이 아니라 굴피지붕의 성능을 유지하는 구성요소였다.

굴피지붕은 통풍과 방수 사이에서 움직였다

건조한 날 굴피가 수축하면 지붕 사이에 작은 틈이 생겨 공기가 통할 수 있었다. 습기가 많은 날에는 굴피가 늘어나 틈이 줄어들면서 방수에 유리한 상태가 됐다. 하나의 지붕이 날씨에 따라 항상 같은 모습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변 수분 조건에 반응하며 틈의 크기가 달라졌던 셈이다.

그러나 건조한 겨울에는 벌어진 틈으로 실내의 온기가 빠져나갈 수 있어 보온에는 불리했다. 또한 자연재료인 굴피는 시간이 지나면 갈라지거나 썩을 수 있어 주기적인 교체와 보수가 필요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굴피 지붕재의 수명을 약 5년으로 설명한다. 굴피집을 ‘비가 새지 않고 오래가는 완벽한 지붕’으로 미화하기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손질하며 사용한 생활기술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날씨와 조건 굴피의 변화 지붕에 미치는 영향
건조한 날 수분을 잃고 수축함 틈이 벌어져 통풍되지만 보온에는 불리할 수 있음
비가 오거나 습한 날 수분을 머금고 팽창함 겹친 조각 사이의 틈이 줄어 방수에 도움을 줌
바람이 강한 날 넓은 껍질이 들뜰 수 있음 너시래와 돌이 지붕재를 눌러 이탈을 줄임
오랜 기간 사용 갈라짐과 부식이 진행될 수 있음 부분 교체와 지속적인 보수가 필요함

너와지붕과 닮았지만 작동 방식은 달랐다

굴피집과 너와집은 모두 산간지역에서 나무를 지붕재로 이용하고, 지붕 위에 나무나 돌을 얹어 바람에 대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너와는 통나무를 판 모양으로 쪼개 만든 목재이고, 굴피는 나무의 몸통을 감싸던 두꺼운 껍질이다. 굴피지붕에서는 껍질이 습도에 따라 수축하고 팽창하는 성질이 방수 원리를 설명하는 중요한 차이가 된다.

또한 한옥 처마가 계절에 따라 햇빛을 조절한 원리가 지붕의 돌출 길이와 태양의 각도를 이용한 것이라면, 굴피집은 지붕 표면의 재료와 겹침 방향을 이용해 비에 대응했다. 같은 지붕이라도 해결하려는 기후 문제에 따라 형태와 재료가 달라진다.

굴피집이 보여주는 산간지역의 지붕 기술

굴피지붕은 굴참나무 껍질의 성질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두꺼운 굴피를 아래에서 위로 겹쳐 깔고, 이음새를 두 겹으로 어긋나게 만들며, 긴 나무와 돌로 눌러야 비와 바람에 대응할 수 있었다. 비가 오면 껍질이 팽창해 틈을 줄이는 특성은 이러한 구조를 보완했다.

동시에 굴피는 건조할 때 수축하고 시간이 지나면 손상되므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했다. 굴피집은 자연재료가 저절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 건축이 아니라, 재료의 장점과 약점을 알고 겹치고 누르고 교체하면서 사용한 집이다.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한정된 재료를 기후에 맞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굴피지붕의 가치가 드러난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