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치야는 좁고 긴 집에 바람을 어떻게 통하게 했을까
교토의 전통 상가주택인 마치야는 거리와 맞닿은 폭이 좁고 안쪽으로 길게 뻗어 있어 ‘장어의 잠자리’에 비유되곤 한다. 양옆에 다른 집이 붙어 있는 긴 건물은 중앙부까지 빛과 바람을 전달하기 어렵다. 마치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문과 뒷문만 마주 보게 한 것이 아니라, 집을 관통하는 흙바닥 통로와 작은 안뜰, 열을 위로 내보내는 높은 공간을 연결했다. 좁은 도시주택 안에 여러 개의 공기 출입구를 만든 셈이다.
마치야는 왜 폭이 좁고 안쪽으로 길어졌을까
마치야는 일본의 도시에서 상인과 장인이 생활하고 일하던 목조주택이다. 거리 쪽에는 가게나 작업공간을 두고 그 뒤로 생활공간을 이어 배치했다. 특히 교토의 마치야는 거리 전면이 좁고 대지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는 형태가 많았다. 집들이 연속해서 붙어 있어 옆벽에 큰 창을 내기도 어려웠다.
거리 쪽 창만으로는 집 깊숙한 곳까지 바람과 자연광이 충분히 도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마치야는 건물 내부에 작은 외부 공간을 끼워 넣고, 방을 미닫이문으로 연결했다. 긴 집을 하나의 닫힌 덩어리로 만들지 않고 여러 구간으로 나눈 것이 핵심이다.
도리니와는 집 안을 관통하는 공기의 통로였다
마치야 한쪽에는 거리의 입구에서 집 뒤편까지 이어지는 흙바닥 공간이 있는데 이를 도리니와라고 한다. 방처럼 바닥을 높이지 않은 긴 통로로, 이동과 작업, 취사에 사용됐다. 앞뒤의 문을 열면 이 통로가 집의 깊은 곳까지 이어지는 연속된 공기 이동 경로가 될 수 있었다.
도리니와가 있다고 언제나 강한 바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앞뒤 개구부 사이에 압력 차가 있고 통로가 가구나 벽으로 막히지 않아야 공기가 움직인다. 교토시 문화유산 자료는 도리니와와 연결된 주방 위쪽의 높은 공간이 취사 열과 연기를 내보내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쓰보니와는 긴 집의 중간에 만든 작은 바깥이었다
마치야의 방과 방 사이에는 쓰보니와라고 부르는 작은 안뜰이 놓이기도 했다. 하늘로 열린 이 공간은 집 중앙부에 빛을 들이고 바람이 드나들 수 있는 새로운 외부면을 만든다. 거리나 뒤뜰에서 멀리 떨어진 방도 쓰보니와에 접하면 창과 문을 낼 수 있었다.
교토시가 소개하는 마치야 자료에서도 쓰보니와와 뒤뜰은 빛과 바람을 끌어들이는 공간으로 설명된다. 안뜰은 긴 환기 경로를 중간에서 나누어 공기가 들어오거나 나갈 수 있는 지점을 늘린다. 작은 정원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좁은 도시 대지에서 부족한 외부 접촉면을 보충한 것이다.
미닫이문을 열면 여러 방이 하나의 바람길이 됐다
마치야의 실내는 고정된 두꺼운 벽만으로 나뉘지 않고 미닫이문과 종이문 같은 가벼운 칸막이를 사용했다. 필요할 때 문을 열면 떨어져 있던 방들이 도리니와와 안뜰을 향해 연결된다. 바람이 통과할 수 있는 면적이 커지고, 내부에서 막히는 지점도 줄어든다.
반대로 날씨가 춥거나 사생활을 확보해야 할 때는 문을 닫아 공간을 구분할 수 있었다. 이 가변성은 계절과 생활 방식에 따라 통풍 범위를 조절하는 데 유리했다. 그러나 문을 모두 닫으면 공기 흐름도 약해지므로 거주자의 사용 방식이 실제 환기성능을 좌우했다.
히부쿠로는 더운 공기와 연기를 위로 배출했다
도리니와의 취사공간 위에는 천장을 높게 비운 히부쿠로가 설치되기도 했다. 불을 사용하면 주변 공기가 데워져 밀도가 낮아지고 위로 올라간다. 위쪽에 열린 부분이 있으면 뜨거운 공기와 연기가 빠져나가고, 아래쪽 개구부를 통해 비교적 차가운 공기가 들어올 수 있다.
이 현상은 바람이 약할 때에도 온도 차로 공기가 움직일 수 있게 하지만, 개구부의 위치와 크기, 실내외 온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히부쿠로는 현대식 환기장치가 아니라 취사 열과 연기를 줄이기 위한 수직 배출공간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 공간요소 | 위치와 형태 | 환기에 기여한 방식 |
|---|---|---|
| 도리니와 | 거리에서 뒤편까지 이어지는 흙바닥 통로 | 앞뒤 개구부 사이의 긴 공기 이동 경로를 만듦 |
| 쓰보니와 | 방 사이에 놓인 작은 안뜰 | 집 중앙부에 공기 출입구와 채광면을 추가함 |
| 미닫이문 | 방 사이의 가변형 칸막이 | 열었을 때 여러 방의 바람길을 연결함 |
| 히부쿠로 | 취사공간 위의 높은 수직 공간 | 상승하는 열과 연기가 위로 빠져나가게 함 |
한옥의 바람길과 마치야는 무엇이 달랐을까
한옥 대청마루가 여름에 시원한 이유는 마당과 대청, 뒤쪽 개구부를 연결해 비교적 열린 대지에서 바람을 통과시키는 원리에 있다. 마치야는 양옆이 다른 집으로 막힌 좁고 긴 도시 대지에서 도리니와와 작은 안뜰을 내부에 삽입했다.
두 건축 모두 문을 열어 공기의 길을 연결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해결해야 할 대지 조건이 달랐다. 한옥은 마당과 건물 사이의 넓은 관계를 활용했고, 마치야는 긴 건물의 중간에 작은 외부 공간을 반복해 환기 거리를 나눴다.
마치야가 좁은 집에 바람을 들인 핵심
마치야의 환기는 하나의 안뜰이나 창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거리에서 뒤편으로 이어지는 도리니와, 중앙의 쓰보니와, 열고 닫을 수 있는 미닫이문과 높은 히부쿠로가 서로 다른 방향의 공기 이동을 도왔다. 긴 집을 여러 개의 작은 안팎 관계로 나눈 것이 핵심이다.
다만 바깥바람이 없거나 모든 문이 닫혀 있으면 자연환기는 제한된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들어서거나 안뜰이 막혀도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마치야는 에어컨 없이 항상 시원한 집이 아니라, 불리한 도시 대지에서 빛과 바람이 들어올 기회를 늘린 전통건축이었다.
참고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