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틀집의 통나무 벽은 추위를 어떻게 막았을까

 

산길을 따라 들어간 곳에서 만나는 귀틀집은 얼핏 보면 통나무를 차곡차곡 쌓은 단순한 집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둥 사이를 얇은 벽으로 막는 일반적인 한옥과 달리, 귀틀집은 통나무 자체가 집을 지탱하는 구조이면서 바깥 추위를 가로막는 벽이 된다. 난방기술과 단열재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산간지역에서는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나무와 흙을 이용해 겨울을 견뎌야 했다. 귀틀집의 통나무 벽에는 그러한 환경에 적응한 방법이 담겨 있다.

통나무를 우물 정자 모양으로 쌓고 틈을 진흙으로 메운 전통 귀틀집


귀틀집은 통나무를 어떻게 벽으로 만들었을까

귀틀집은 적당한 굵기의 통나무 양쪽에 홈을 파고, 서로 직각으로 맞물리게 쌓아 벽을 만든 집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네 귀퉁이의 나무가 우물 정(井)자처럼 교차하기 때문에 귀틀집이라고 부른다. 지역에 따라 방틀집, 목채집, 틀목집, 투막집 등으로도 불렸다.

일반적인 목조건축에서는 기둥과 보가 건물의 뼈대를 이루고 그 사이에 별도의 벽을 만든다. 반면 귀틀집에서는 가로로 포갠 통나무가 하중을 받는 구조체인 동시에 실내와 실외를 나누는 벽체가 된다. 모서리의 홈을 서로 끼우면 통나무가 옆으로 밀려나는 것을 줄일 수 있어, 비교적 단순한 도구로도 견고한 사각형 벽을 만들 수 있었다.

두꺼운 나무벽은 실내의 열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췄다

겨울철 집 안의 열은 벽과 지붕, 창과 문을 통해 온도가 낮은 바깥으로 이동한다. 이때 벽을 이루는 재료의 종류와 두께는 열이 전달되는 속도에 영향을 준다. 목재는 내부에 미세한 빈 공간을 가진 재료이며, 열전도 성질은 나무의 종류와 밀도, 수분 함량, 결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모든 통나무 벽의 단열성능이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귀틀집은 가는 판재 한 장이 아니라 굵은 통나무를 벽의 두께만큼 사용했다. 이 두꺼운 목재층은 실내의 온기가 벽을 통해 곧바로 빠져나가는 것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됐다. 나무는 낮 동안이나 불을 땔 때 받은 열을 어느 정도 저장했다가 주변 온도가 내려가면 서서히 내놓기도 한다. 귀틀집의 보온은 특정한 재료 하나의 효과라기보다 벽의 두께와 내부 난방, 작은 공간이 함께 만든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통나무 사이의 진흙이 찬바람을 막았다

통나무는 표면이 완전히 반듯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쌓으면 나무와 나무 사이에 틈이 생긴다. 아무리 벽이 두꺼워도 틈으로 찬 공기가 계속 들어오면 실내의 온기를 지키기 어렵다. 귀틀집에서는 이 틈을 진흙으로 메워 바람이 통하는 길을 줄였다. 통나무가 벽의 중심을 만들고, 흙이 불규칙한 틈을 채우는 방식이다.

이 부분은 단열과 기밀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단열은 벽을 통과하는 열의 이동을 늦추는 것이고, 기밀은 틈새로 공기가 드나드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통나무가 두꺼워도 진흙이 떨어져 틈이 벌어지면 찬바람이 들어올 수 있다. 반대로 틈을 꼼꼼히 메우고 수리하면 통나무 벽의 보온 효과를 더 잘 유지할 수 있었다. 전통가옥에서 재료의 성질만큼 지속적인 손질이 중요했던 이유다.

작은 집과 제한된 개구부도 추위에 유리했다

귀틀식 벽은 통나무를 연속해서 쌓기 때문에 넓은 창이나 문을 자유롭게 내기 어렵다. 공간을 옆으로 크게 확장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귀틀집은 대체로 방 한두 칸과 부엌을 둔 비교적 단순한 평면으로 지어졌다. 이러한 제약은 생활공간을 넓히는 데에는 불편했지만, 겨울에는 외기에 닿는 면적과 틈이 많은 개구부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데워야 할 실내가 작으면 같은 양의 연료로도 온도를 올리기 쉽다. 작은 문과 창은 출입과 채광에는 불리할 수 있지만, 열이 빠져나가고 찬 공기가 들어오는 통로를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따라서 귀틀집의 겨울 적응은 통나무 벽만 떼어 보기보다 벽체와 평면, 개구부의 크기를 함께 살펴야 이해할 수 있다.

통나무를 맞물린 벽은 눈의 무게에도 대응했다

귀틀집은 산림이 풍부한 중부 이북의 산간지역에 많이 분포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겨울 추위뿐 아니라 지붕에 쌓이는 눈도 고려해야 했다. 가로로 쌓은 통나무가 네 모서리에서 맞물린 벽은 집 둘레를 연속적으로 지지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귀틀집의 통나무 벽이 많은 적설량을 견디고 방 안의 온기를 유지하는 데 유리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모든 귀틀집의 구조적 성능이 같았던 것은 아니다. 통나무의 굵기와 상태, 모서리 결구, 지붕의 무게와 관리 상태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귀틀집의 가치는 눈에 무조건 강한 집이라는 단순한 결론보다, 산에서 얻은 굵은 나무를 벽과 구조에 동시에 활용해 추위와 적설에 대응했다는 데 있다.

구성요소 만드는 방법 기후에 대응한 역할
통나무 벽 굵은 나무를 수평으로 포개어 쌓음 열의 이동을 늦추고 벽체를 지지함
모서리 귀틀 홈을 파서 두 방향의 통나무를 맞물림 벽이 옆으로 벌어지는 것을 줄이고 하중을 전달함
진흙 충전 통나무 사이의 불규칙한 틈을 메움 틈새바람과 공기 누출을 줄임
작은 평면과 개구부 방의 수와 창·문의 크기를 제한함 데워야 할 공간과 열이 빠지는 통로를 줄임

귀틀집이 보여주는 기후 적응의 핵심

귀틀집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통나무를 복잡하게 가공하지 않고 쌓아 벽과 구조를 한꺼번에 해결한 산간지역의 집이다. 두꺼운 나무벽은 열의 이동을 늦추고, 나무 사이를 메운 진흙은 찬바람이 스며드는 틈을 줄였다. 작은 공간과 제한된 창·문도 실내의 온기를 지키는 데 보탬이 됐으며, 맞물린 통나무 벽은 눈이 많은 환경에 대응하는 구조가 됐다.

앞서 살펴본 한옥 대청마루가 여름에 시원한 이유가 열린 공간과 공기의 흐름을 이용한 여름 적응 방식이라면, 귀틀집은 벽의 두께와 틈새 관리로 겨울의 열손실을 줄인 사례다. 서로 다른 기후 문제에 따라 집을 열거나 닫는 방식도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귀틀집은 현대 단열재와 정밀한 창호를 갖춘 주택과 동일한 성능을 내는 집은 아니다. 그러나 구할 수 있는 재료와 당시의 도구 안에서 구조, 보온, 기밀을 함께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통건축의 과학은 옛집을 무조건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데 있지 않다. 어떤 환경에서 무엇이 부족했고, 사람들이 그 조건에 맞춰 재료와 공간을 어떻게 구성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