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사나의 흙벽돌 고층주택은 큰 일교차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예멘의 수도 사나는 해발 약 2,200m의 산악 분지에 자리한다. 강한 햇빛을 받는 낮과 기온이 내려가는 밤이 반복되는 이곳에는 흙과 벽돌로 지은 여러 층의 주택이 빽빽하게 서 있다. 건물 아래쪽은 돌로 받치고 그 위로 두꺼운 흙벽과 구운 벽돌을 쌓았으며, 창 주변에는 흰 석고 무늬를 더했다. 이 독특한 모습은 장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재료, 도시의 역사와 기후 조건이 함께 만든 결과다.
사나의 집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사나의 고층주택을 단순히 더위를 피하기 위한 건물로 설명하면 정확하지 않다. 유네스코는 성벽 안에 많은 주민의 생활공간을 확보하고 방어에 대응한 결과로 다층 주택이 발달했다고 설명한다. 제한된 땅을 수평으로 넓게 사용하는 대신 여러 층을 쌓아 올리는 수직형 도시가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주택의 높이는 사회적·방어적 요구에서 출발했지만, 건물을 구성하는 두꺼운 흙벽과 창의 크기, 건물 사이의 간격은 현지 기후에 대응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었다. 하나의 건축 형태에 역사적 필요와 환경적 기능이 함께 담긴 셈이다.
두꺼운 흙벽은 열의 이동을 늦춘다
흙과 벽돌처럼 무거운 재료는 많은 열을 저장할 수 있는 열용량을 가진다. 낮 동안 외벽이 햇빛을 받아 뜨거워져도 그 열이 곧바로 실내까지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두꺼운 벽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외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도 실내 온도는 비교적 천천히 변한다.
이 원리는 단열재가 열을 차단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흙벽은 열을 완전히 막기보다 흡수하고 전달 시점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밤에 외부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고 건물에 저장된 열을 배출할 수 있을 때 효과가 커진다. 반대로 밤까지 덥고 습한 지역에서는 무거운 벽이 열을 오래 붙잡아 불편을 키울 수도 있다.
작은 창과 깊은 벽면은 햇빛을 조절한다
창은 빛과 바람을 받아들이지만 동시에 강한 일사와 뜨거운 공기가 들어오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사나의 전통주택은 두꺼운 벽에 창을 깊숙이 배치해 창 주변에 자연스러운 그늘을 만든다. 특히 낮은 층의 비교적 작은 개구부는 직사광선과 외부 노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상층부의 창은 채광과 환기, 생활공간의 전망을 담당한다. 창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들어오는 빛의 양과 공기의 흐름이 달라지므로 모든 층이 같은 환경을 갖는 것은 아니다. 빛과 공기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방식은 이집트 마슈라비야 격자창의 원리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밀집된 건물과 좁은 골목은 그늘을 만든다
건물이 촘촘하게 모이면 서로의 벽과 골목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넓게 열린 도로보다 좁은 골목이 한낮의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아지고, 보행자가 머무는 지면의 과도한 가열도 줄어든다. 사나의 도시 밀도는 방어와 토지 이용에서 형성됐지만 결과적으로 도시 안에 다양한 그늘 공간을 만들었다.
다만 좁은 골목이 언제나 시원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건물의 방향, 골목의 폭, 바람의 방향에 따라 공기가 정체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고층화 하나가 아니라 차양, 벽의 열용량, 창과 환기 방식이 함께 작동한다는 점이다.
낮에 저장된 열은 밤에 어떻게 빠져나갈까
열용량이 큰 벽을 냉각에 활용하려면 밤의 서늘한 공기가 필요하다. 창을 통해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고 실내 표면을 지나가면 낮 동안 벽과 바닥에 저장된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야간 환기 또는 나이트 플러시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성능은 거주자가 창을 여닫는 시간, 외부의 밤 기온, 바람과 건물 관리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흙벽만 두껍게 만든다고 자동으로 쾌적한 실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여름철 열을 줄이려면 낮에는 일사를 제한하고 밤에는 저장된 열을 배출하는 과정이 연결되어야 한다.
| 건축 요소 | 본래 배경 | 기후에 미치는 영향 |
|---|---|---|
| 다층 주택 | 방어와 제한된 토지 활용 | 밀집된 도시와 그늘 형성 |
| 두꺼운 흙벽 | 지역 재료와 전통 시공법 | 열 전달 지연과 온도 변화 완화 |
| 깊은 창 | 두꺼운 벽체와 생활 방식 | 직사광선 조절과 환기 |
| 좁은 골목 | 성벽 내부의 높은 도시 밀도 | 보행 공간에 그늘 제공 |
현대 건축에 그대로 복사하면 안 되는 이유
사나의 흙벽돌 주택은 특정한 고도, 일교차, 재료와 생활 방식 속에서 형성됐다. 이 형태를 습한 지역이나 밤 기온이 높은 지역에 그대로 적용하면 벽에 저장된 열과 수분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할 수 있다. 현대 건축에서는 구조 안전, 방수, 단열과 환기 성능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가져올 수 있는 핵심은 외형이 아니라 원리다. 외부 차양으로 낮의 열 유입을 줄이고, 적절한 열용량으로 실내 온도 변화를 늦추며, 밤의 서늘한 공기를 이용해 저장된 열을 배출하는 방식이다. 밝은 외장으로 햇빛 흡수를 줄인 그리스 키클라데스 하얀 집의 원리와 비교하면 지역마다 같은 햇빛에 대응하는 방법이 달랐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사나의 고층주택이 보여주는 핵심
사나의 집은 기후만으로 만들어진 것도, 방어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성벽 안의 제한된 공간,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흙과 돌, 주민의 생활 방식과 산악 지역의 일교차가 오랜 시간 겹치면서 독특한 수직 도시가 형성됐다.
그중 기후 적응의 핵심은 높은 건물 자체보다 두꺼운 벽이 열의 이동을 늦추고, 창과 골목의 그늘이 낮의 일사를 줄이며, 서늘한 밤공기가 저장된 열을 배출하도록 하는 조합에 있다. 전통건축을 이해할 때는 눈에 띄는 형태 하나보다 여러 요소가 어떤 환경에서 함께 작동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