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50도의 땅 위에 집을 짓는 방법, 캐나다 툰드라 주택이 바닥을 띄우는 이유

 

캐나다 북서부나 북극권의 주택 사진을 보면 처음에는 조금 낯설다. 집이 땅에 붙어 있지 않고 기둥 위에 올라가 있어 바닥 아래가 훤히 비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필로티처럼 주차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도 아닌데 굳이 집을 띄워 지은 모습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눈이 많이 오거나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피하기 위한 구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구동토 지역의 건축 원리를 살펴보니 이유는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이 지역에서는 사람을 차가운 땅에서 떨어뜨리는 것보다 따뜻한 집의 열로부터 얼어 있는 땅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건물의 열이 지반으로 전달되어 영구동토가 녹기 시작하면, 그 위에 세운 집 자체가 기울거나 내려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툰드라 지역에서 영구동토를 보호하기 위해 주택을 지면에서 띄우고 깊은 말뚝기초와 서모사이펀을 적용한 건축 원리


영구동토 위에는 여름마다 녹았다 다시 어는 땅이 있다

영구동토는 최소 2년 이상 연속해서 얼어 있는 지반을 말한다. 캐나다 북부처럼 매우 추운 지역에서는 지표 아래 상당한 깊이까지 지반이 얼어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땅 전체가 일 년 내내 완전히 얼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구동토 위쪽에는 여름에 기온이 올라가면 녹고, 겨울이 오면 다시 얼어붙는 층이 존재한다. 이를 활동층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활동층이 계절마다 얼고 녹는 과정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을 포함한 흙은 얼면서 부피가 변하고 다시 녹으면서 침하할 수 있다. 경사진 지형에서는 천천히 아래쪽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구동토 지역에서는 겉으로 단단해 보이는 땅이라고 해서 바로 그 위에 일반적인 기초를 만들 수 없다. 땅 자체가 계절과 온도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집 자체가 땅을 녹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겨울철 외부기온이 영하 수십 도까지 내려가는 지역에서 사람이 생활하려면 실내는 계속 난방해야 한다. 그런데 난방으로 만들어진 열은 벽과 지붕뿐 아니라 바닥을 통해서도 빠져나간다.

집이 영구동토 위에 바로 붙어 있다면 이 열이 그대로 지반으로 전달될 수 있다. 원래 계속 얼어 있어야 하는 흙과 얼음이 건물 아래에서 조금씩 녹기 시작하는 것이다.

얼음이 많이 포함된 영구동토는 얼어 있을 때는 상당히 단단한 지반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얼음이 녹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반의 부피와 강도가 변하면서 일부 구간이 내려앉을 수 있다.

집의 한쪽 아래에서 이런 침하가 더 많이 발생하면 바닥이 기울고 벽에 균열이 생기거나 문과 창문이 잘 닫히지 않는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캐나다 정부도 영구동토 지역의 주택에서 균열, 바닥과 지붕의 기울어짐, 건물 침하와 들뜸 등을 확인해야 할 주요 징후로 안내하고 있다.

그래서 집과 땅 사이에 찬 공기가 지나갈 공간을 만든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건물을 땅에서 띄우는 것이다.

집을 지면에서 일정 높이 떨어뜨리면 건물 아래로 외부 공기가 움직일 수 있다. 특히 겨울철의 매우 차가운 공기가 바닥 아래를 통과하면서 건물에서 내려오는 열이 지반에 직접 전달되는 것을 줄여준다.

캐나다 국립연구위원회의 영구동토 건축 자료에서도 난방되는 건물에서는 구조물을 지면 위로 올려 바닥 아래 공기가 자유롭게 순환하도록 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한다.

즉 집 아래의 빈 공간은 버려진 공간이 아니다. 영구동토를 계속 차갑게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환기층인 셈이다.

처음에는 바닥 아래가 비어 있으니 집이 오히려 더 추워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는 바닥 단열을 충분히 하면서도 지반만큼은 계속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사람의 생활공간과 지반이 원하는 온도가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이다.

기둥은 움직이는 활동층보다 더 깊게 내려간다

건물을 띄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집의 무게를 받는 기초도 여름마다 녹았다 얼어붙는 활동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영구동토 지역에서는 말뚝을 깊게 박아 활동층 아래의 안정된 영구동토에 지지시키는 방식이 사용된다.

캐나다의 영구동토 기초 자료에서는 말뚝기초와 환기된 하부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방법을 대표적인 방식으로 설명한다. 최근 캐나다 정부 안내에서도 영구동토 해빙의 영향을 줄이는 방법으로 깊게 설치한 말뚝기초나 조절 가능한 기초를 제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50cm나 60cm의 빈 공간보다 그 아래다. 실제 건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구조는 훨씬 깊은 지반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모든 툰드라 주택이 정확히 같은 높이로 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반의 종류, 영구동토 온도, 활동층 깊이, 건물 무게와 적설 조건에 따라 기초 형식과 높이는 달라질 수 있다.

눈을 치우는 것도 영구동토를 지키는 방법이다

이 지역에서는 조금 의외의 관리방법도 있다. 집 아래에 눈이 많이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눈은 차갑지만 두껍게 쌓이면 공기층을 많이 포함하기 때문에 단열재처럼 작용한다. 그러면 겨울의 차가운 외기가 지면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오히려 땅이 식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캐나다 정부 역시 건물 아래와 주변의 눈을 치워 겨울철 공기 흐름을 확보하고, 영구동토가 따뜻해지는 것을 줄이라고 안내한다.

우리는 보통 집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단열을 하지만, 이곳에서는 사람의 생활공간은 단열하면서도 집 아래 땅에는 겨울의 추위가 잘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같은 추위라도 사람에게는 막아야 할 대상이고 영구동토에는 오히려 필요한 조건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송유관 옆 안테나처럼 보이는 장치는 땅을 식히는 장치다

영구동토 지역의 도로나 송유관 주변 사진을 보면 땅에서 위로 솟아 있는 금속관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안테나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은 서모사이펀(thermosyphon)이라는 지반 냉각장치다.

서모사이펀의 목적은 지중의 열을 외부로 빼내 영구동토를 계속 얼어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겨울철에는 외부 공기가 땅속보다 훨씬 차갑다. 장치 내부의 냉매가 지중의 열을 흡수해 증발하면 위쪽으로 이동하고, 차가운 외부 공기에 열을 방출하면서 다시 액체가 된다. 이후 냉매가 아래쪽으로 돌아가면서 이 과정이 반복된다.

큰 압축기로 강제로 냉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와 지중의 온도차를 이용해 열을 밖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캐나다 교통 인프라에서도 이런 서모사이펀을 실제로 사용한다. 알래스카 하이웨이의 영구동토 해빙을 줄이기 위한 사업에서도 지반의 열을 빼내기 위해 서모사이펀이 적용됐다.

처음 이 장치를 봤을 때 컴퓨터의 CPU 쿨러와 비슷하다는 설명이 꽤 이해하기 쉬웠다. 형태와 작동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열이 쌓이지 않도록 다른 곳으로 빼낸다는 목적은 비슷하다.

문제 건축적 대응 목적
건물의 열 건물을 지면에서 띄움 지반으로 전달되는 열 감소
활동층의 움직임 깊은 말뚝기초 안정된 영구동토에 건물 지지
지반의 온도 상승 하부 공기 순환 영구동토의 저온 유지
지중 열 축적 서모사이펀 지중 열을 외부로 방출
부등침하 조절 가능한 기초 기울어진 건물의 수평 보정

기후변화 때문에 이 설계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런 건축방식은 영구동토가 일정한 저온 상태를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발전해왔다.

하지만 북극권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영구동토 자체가 따뜻해지고 해빙 위험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충분히 안정적이었던 기초가 앞으로도 같은 조건을 유지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이미 영구동토 해빙을 건물과 도로, 공항, 에너지시설의 주요 기후위험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영구동토 지역 기초설계와 서모사이펀 기초에 대한 별도의 설계 기준까지 마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북부 건축은 단순히 현재의 추위에 적응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땅이 더 따뜻해질 가능성까지 계산해 기초와 배수, 지반 냉각, 유지관리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한옥의 대청마루와 비슷해 보여도 이유는 완전히 다르다

이 구조를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한옥의 대청마루였다. 둘 다 바닥이 지면에서 떨어져 있고 그 아래로 공기가 흐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유는 다르다.

한옥의 높은 마루는 여름철 통풍과 지면의 습기를 피하는 데 유리한 구조다. 반면 툰드라 주택은 따뜻한 건물의 열로 인해 영구동토가 녹는 것을 막는 것이 훨씬 중요한 목적이다.

겉으로 비슷하게 보이는 건축형태라도 지역의 기후가 달라지면 그 구조가 해결하려는 문제 역시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옥 대청마루의 여름철 통풍 원리는 아래 글에서 따로 자세히 정리했다.

한옥 대청마루가 여름에 시원한 이유와 바람이 통하는 원리

영하 50도의 집에서 중요한 것은 집보다 땅이었다

처음 툰드라 지역의 집을 봤을 때는 집을 왜 굳이 공중에 띄워놓았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추우니 지면의 냉기를 피하려는 구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원리를 알고 나니 오히려 반대였다. 사람을 땅의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전에 땅을 집의 열로부터 보호해야 했다.

집 아래로 찬 공기를 흘려보내고, 기둥을 활동층보다 깊게 박고, 필요하면 서모사이펀까지 설치한다. 얼어 있는 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곧 건물을 지키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례를 볼 때마다 기후가 단순히 건축물의 외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 지역의 온도와 비, 습기와 토양 조건은 기초가 놓이는 방식부터 지붕과 벽, 창문의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의 비와 습기가 한옥의 처마와 마루를 만들었다면, 캐나다 북부에서는 얼어 있는 땅이 집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결국 기후에 적응하는 건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최신 기술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땅에서 건물이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자료

Government of Canada - Permafrost degradation: How to prepare

Polar Knowledge Canada - Building Better Homes in Canada's North

Natural Resources Canada - Northern climate adaptation and thermosyphon foundations

Housing, Infrastructure and Communities Canada - Permafrost foundation design guidance

Transport Canada - Thermosyphons for stabilizing thawing permafr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