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주택은 어떻게 에너지를 줄일까? 단열부터 태양광까지 설계 원리

 

제로에너지주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떠올리기 쉽다. 나 역시 처음에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많이 생산하면 그것이 곧 제로에너지주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순서가 조금 다르다. 제로에너지건축에서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겨울에는 실내의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고, 여름에는 뜨거운 외부 열과 햇빛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줄여야 한다.

그다음 고효율 냉난방과 환기설비를 사용하고, 그래도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광이나 지열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결국 제로에너지주택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순서는 절약 → 효율 → 생산이라고 생각한다.

고단열과 기밀, 열회수환기, 외부 차양과 태양광 발전을 적용한 제로에너지주택의 에너지 절감 원리


제로에너지주택은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집이 아니다

‘제로에너지’라는 이름 때문에 외부에서 전기나 에너지를 전혀 공급받지 않는 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제로에너지건축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건물에서는 난방과 냉방, 급탕, 조명, 환기를 위해 계속 에너지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 사용량을 건축적인 방법으로 최대한 줄이고,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는 것이다.

한국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에서도 이를 ‘에너지자립률’로 평가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에너지자립률을 건축물의 1차에너지 소비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의 비율로 설명한다.

현재 인증기준에서는 에너지자립률 20% 이상부터 ZEB5에 해당하며, 40% 이상은 ZEB4, 60% 이상은 ZEB3, 80% 이상은 ZEB2, 100% 이상은 ZEB1로 구분한다. 120% 이상 생산하는 경우에는 ZEB+ 등급도 있다.

따라서 제로에너지건축을 단순히 ‘에너지 사용량이 정확히 0인 집’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필요한 에너지를 크게 줄이고 그중 상당 부분을 건물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건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태양광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단열이 좋지 않은 집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겨울에 보일러를 아무리 가동해도 벽과 창문, 바닥을 통해 열이 계속 빠져나간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런 집에 태양광 패널부터 많이 설치하면 전기는 생산할 수 있지만 건물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자체는 여전히 크다.

반대로 외벽과 지붕, 바닥의 단열을 강화하고 창호 성능을 높이며 건물의 틈새를 줄이면 같은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든다.

이것이 제로에너지건축에서 패시브 기술을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다.

패시브하우스에서 중요하게 보는 원리 역시 고단열, 고성능 창호, 기밀, 열교 최소화, 열회수환기다. 태양광이 없어도 먼저 건물 자체가 에너지를 덜 필요로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 원리가 제로에너지주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기를 많이 만드는 기술보다 먼저 전기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집을 만드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단열재가 두껍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집을 이야기하면 단열재 두께부터 떠올리기 쉽다. 물론 충분한 단열은 중요하다. 하지만 단열재를 두껍게 넣었다는 것만으로 건물 성능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벽의 단열층이 바닥이나 지붕에서 끊기거나, 창호 주변과 구조체 접합부에 열이 빠져나가는 길이 생기면 그 부분에서 열손실이 집중될 수 있다. 이것을 열교라고 한다.

패시브하우스에서는 단열층과 기밀층을 건물 전체에서 가능한 한 연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외벽, 지붕, 바닥이 각각 좋은 단열재를 사용하는 것보다 이 단열층이 어디에서도 크게 끊기지 않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문도 마찬가지다. 벽만 두껍게 단열하고 창호의 단열성능이나 설치부위가 약하면 그곳이 건물 외피의 약점이 된다.

그래서 실제 고성능 주택을 볼 때는 ‘단열재가 몇 mm인가’만 볼 것이 아니라 단열층이 건물 전체를 얼마나 연속적으로 감싸고 있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

기밀이 좋아질수록 환기는 더 중요해진다

단열과 함께 중요한 것이 기밀이다. 기밀은 집을 완전히 밀폐해 공기를 못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틈새바람을 줄이는 것이다.

창문이나 벽체의 작은 틈으로 외부 공기가 계속 들어오면 겨울에는 데워놓은 공기가 빠져나가고 여름에는 뜨거운 공기가 들어온다. 냉난방에 사용한 에너지가 계속 손실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가 하나 생긴다. 집을 기밀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새어 들어오던 공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계획적인 환기가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고성능 주택에서는 열회수환기장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면서 그 공기가 가지고 있던 열을 회수해 새로 들어오는 외기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패시브하우스연구소는 열회수환기를 고단열·고성능 창호·기밀·열교 최소화와 함께 핵심 원리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환기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환기가 잘되는 집은 틈새가 많은 집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공기를 사람이 통제해서 교환할 수 있는 집에 더 가깝다.

패시브와 액티브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제로에너지건축을 설명할 때 패시브하우스와 액티브하우스를 구분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패시브 방식은 고단열, 고기밀, 고성능 창호, 차양, 열교 저감 등을 이용해 건물에서 필요한 냉난방 에너지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액티브 방식은 태양광, 지열, 고효율 냉난방설비, 에너지관리시스템 같은 설비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실제 제로에너지건축에서는 어느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물 자체에서 에너지 손실을 먼저 줄이고, 고효율 설비로 필요한 에너지를 아낀 뒤, 마지막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

단계 대표적인 방법 목적
에너지 요구량 감소 단열·기밀·고성능 창호·차양·열교 저감 냉난방 자체를 덜 필요하게 만듦
효율 향상 열회수환기·고효율 냉난방·LED·에너지관리 필요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
에너지 생산 태양광·지열 등 남은 에너지 사용량을 신재생에너지로 보완

국내 로렌하우스는 에너지자립률 83.13%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실제 제로에너지주택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세종시 로렌하우스는 국토교통부와 LH, 한국에너지공단이 함께 추진한 임대형 제로에너지 단독주택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세종 로렌하우스는 단독주택으로는 처음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본인증 2등급을 받았으며, 에너지자립률은 83.13%를 기록했다.

이 주택에는 태양광뿐 아니라 열회수환기장치, 로이 3중유리 창호, 외단열 등이 함께 적용됐다. 즉 태양광만으로 83%라는 결과를 만든 것이 아니라 건물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는 기술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함께 사용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로렌하우스가 냉난방과 조명 등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80% 이상을 자체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를 보면 제로에너지건축의 순서가 더욱 분명하게 보인다. 먼저 좋은 외피와 설비로 에너지 소비를 낮추고, 그 위에 태양광 발전을 결합하는 것이다.

영국 베드제드가 보여준 것은 태양광보다 건물 전체 설계였다

해외의 대표적인 친환경 주거단지로는 영국 런던 남부의 베드제드(BedZED)가 있다.

베드제드는 건물의 방향과 단열, 고성능 창호, 열회수환기, 태양에너지 이용 등을 함께 고려한 초기 친환경 주거단지 가운데 하나다.

단순히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것이 아니라 겨울철 필요한 난방에너지를 줄이고 자연채광과 태양열을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 전체를 설계했다.

다만 베드제드를 ‘완벽한 무난방 주택’이라고 단순하게 보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초기에 계획했던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시스템이 기술적인 문제를 겪는 등 시행착오도 있었다.

오히려 나는 이 점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친환경 건축 역시 새로운 설비 하나를 설치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과 유지관리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드제드의 장기 모니터링에서는 주변 지역의 일반적인 주택과 비교해 전기와 난방에너지 사용이 크게 감소한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기술 하나보다는 건물의 방향, 외피성능, 설비와 사용방식을 함께 바꾸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네덜란드 뉴랜드는 도시 규모로 태양광을 적용한 사례다

건물 한 채가 아니라 주거단지 전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한 사례도 있다.

관련 친환경 건축 소개자료에서는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의 뉴랜드(Nieuwland)를 약 6,000세대 규모의 친환경 주거단지로 소개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뉴랜드의 주택에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적용됐으며, 다른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주거단지 사례로 설명된다.

이번에 자료를 다시 찾아보면서 이 부분은 그대로 쓰되 출처의 수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의 여러 신재생에너지 소개자료에서 동일한 내용은 확인되지만, 내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6,000세대 전체의 에너지 공급구조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네덜란드 정부의 1차 자료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사례의 핵심은 숫자를 과장해서 받아들이기보다는 태양광을 한 채의 집이 아니라 주거단지 규모로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운영에너지가 줄었다고 건물의 탄소가 완전히 0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로에너지주택을 공부하면서 한 가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었다.

건물을 사용하는 동안 화석연료 사용량을 크게 줄이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고 해서 그 건물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가 자동으로 0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시멘트와 철근, 유리, 단열재, 목재 같은 자재가 필요하다. 이 자재를 생산하고 운반하고 건물을 시공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와 탄소가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 자재를 교체하거나 건물을 철거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건축재료의 생산과 시공, 교체와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내재탄소라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친환경 건축은 냉난방비만 줄이는 것을 넘어 건물을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수리와 교체를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지까지 함께 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살펴본 기후 대응 주택에서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중요했던 이유와 연결된다. 자재를 반복해서 철거하고 다시 생산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역시 환경을 생각하는 방법이다.

결국 좋은 제로에너지주택은 발전소보다 먼저 좋은 집이어야 한다

처음에는 제로에너지주택이라고 하면 태양광 패널이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니 오히려 태양광은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열이 약하고 틈새바람이 많으며 여름 햇빛이 그대로 실내로 들어오는 집이라면 냉난방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런 상태에서 발전량만 늘리는 것보다 먼저 건물의 에너지 요구량을 줄이는 것이 훨씬 기본적인 접근이다.

내가 집을 새로 짓는다면 태양광 용량부터 결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벽과 지붕의 단열이 끊기지 않는지, 창호 성능은 충분한지, 여름 햇빛을 막을 차양이 있는지, 틈새바람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기밀한 집에서 환기를 어떻게 할지를 먼저 볼 것 같다.

그다음 필요한 냉난방에너지가 얼마나 남는지 확인하고 그 양에 맞춰 태양광이나 다른 신재생에너지를 계획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결국 제로에너지건축의 핵심은 첨단 설비를 많이 설치하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를 적게 필요로 하는 건물을 먼저 만들고, 필요한 에너지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마지막 남은 부분을 깨끗한 에너지로 생산하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이 눈에는 가장 잘 보이지만, 실제로 좋은 제로에너지주택을 만드는 힘은 벽 속의 단열재와 끊기지 않는 기밀층, 열교를 줄인 구조, 제대로 계획된 환기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한국에너지공단 -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

제로에너지건축물 통합 인증시스템 - 인증제도 기준

Passive House Institute - Passive House 핵심 원리

국토교통부 - 로렌하우스, 단독주택 최초 제로에너지건축물 본인증

Bioregional - BedZED 친환경 주거단지 사례

한화토탈에너지스 케미인 - 에너지 제로 하우스와 신재생에너지 기술